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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와 전세보증금 차액만으로 집을 사는 ‘갭 투자’로 수도권 일대 빌라 500여 채를 사들인 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세 모녀 전세 투기단’(국민일보 2021년 5월 10일 자 1면 참고)의 모친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이 전세 사기 사건에서 100억 원이 넘는 피해 금액을 특정해 기소한 건 처음이다.

 

'세 모녀 투기단' 모친, 사기와 부동산실명제법 위한 혐의 구속

26일 서울 중앙지검 형사 8부(부장검사 김우)는 최근 김 모(57)씨를 사기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김 씨는 30대의 두 딸 명의로 빌라를 사들여 실소 유하면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 전세 사기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통해 피해를 추가로 특정했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 차원에서 (불구속 송치된) 김씨를 구속했다”며 “두 딸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며 김 씨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공모해 분양대금을 지급하기 전에 분양 서류를 작성한 후 임차인을 모집했다. 이후 분양대금보다 많은 전세 보증금을 받아 그 일부를 자신과 분양대행업자의 리베이트로 챙긴 뒤 건축주에게 분양대금을 지급했다. 소위 ‘깡통전세’를 발생시킨 것이다. 검찰은 김 씨가 이 방법으로 피해자 85명에게 183억 5800만 원 상당의 보증금을 빼돌렸다고 봤다.

 

 

 

 

'세 모녀 투기단' 모친과 두 딸의 사기 방법

앞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김 씨와 두 딸을 검찰에 송치했다. 계약 만료가 가까워지면 잠적하는 일반적인 전세 사기와 다르게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줄 수 없으니 집을 매입하라”라고 제안하는 ‘물량 떠넘기기’를 한 정황도 경찰 조사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피해자 50여 명과 피해 금액 약 110억 원을 특정해 수사한 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이후 자체 수사를 통해 피해자 30여 명, 피해 금액 70여 억 원을 추가로 파악했다.

이번 사건이 구속기소까지 이뤄진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갭 투자 전세 사기 사건은 임대인이 처음부터 보증금을 가로챌 의도가 있었는지 입증하기 어려운 탓에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많지 않다. 특히 이번처럼 100억 원대의 대규모 피해가 특정된 건 처음이다.

실제로 세 모녀는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과 의사가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수사기관은 보증금 미반환에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경찰은 세 모녀의 재산 내역과 세금 납부 내역 등을 확보해 들여다본 후 모녀가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공소장에 “김 씨는 수백 채의 빌라를 무자본 갭 투자 방법으로 매수했기 때문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김 씨의 입장을 묻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김씨 측 변호인은 “별도의 입장이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