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면 약을 먹고 온종일 피를 뽑아가요. 18번 정도 채혈을 한 뒤에 팔을 보면 주사 때문에 멍이 들어있거든요. 멍 자국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죠."
8일에 127만 원. 위성경(27)씨가 지난 10월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로 번 금액입니다. 생동성 시험은 이미 출시된 약의 특허 기간이 만료돼 같은 성분의 복제약을 내놓을 때 진행하는 임상시험입니다. 제약회사가 새 약을 출시하기 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선 ‘고수익ㆍ편한 알바’라는 설명과 함께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지원자를 받기도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취업난이 닥쳐오면서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치열해졌습니다. 청년들은 꿈을 위해, 눈앞에 놓인 생계를 위해 ‘고수익’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에 몰렸다는데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목 차
1. ‘단기 아르바이트’ 10번 탈락 후 임상시험 참가
2.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 코로나로 횟수 줄었어도 2030 지원 증가
3.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 "자본주의의 밑바닥 근처가 바로 이곳"
1. ‘단기 아르바이트’ 10번 탈락 후 임상시험 참가
위성경 씨는 서울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 9개월째입니다. 부모님 도움 없이 광주에서 올라와 고시원 생활 중인데요, 외국 항공사 승무원을 지망하던 위 씨는 지난 2월 코로나 19로 항공사 사정이 안 좋아지자 면접을 포기했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급하게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아봤지만, 연락 오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는 "10곳 넘게 단기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며 "생동성 알바를 하면 100만 원가량 받는다. 그 정도면 한두 달 버틸 수 있으니까 생활비를 위해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 코로나로 횟수 줄었어도 2030 지원 증가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가 진행되는 병원의 풍경은 이렇습니다. 위씨에 따르면 병동 양쪽에 일렬로 세워진 침상에서 60명가량의 지원자들이 본인의 채혈 순서를 기다리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점심과 저녁 식사가 나옵니다. 시간대별 채혈이 끝나면 저녁 시간엔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중인 병원엔 20ㆍ30대 성인 남자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임상시험센터 관계자는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는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올해는 코로나로 시험 횟수가 줄었지만, 지원하는 20~30대는 많아졌 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전 신체검사에 합격해야 생동성 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신체검사를 통해 흡연·음주량이 기준치를 넘는지, 2주 안에 헌혈한 적 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위씨는 위궤양 치료제 시험으로 8일 중 이틀을 병원에서 지내고 18번에 달하는 채혈을 했습니다.
3.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 "자본주의의 밑바닥 근처가 바로 이곳"
취준생만 임상시험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건 아닙니다. 원래 다니던 직장이 코로나로 문을 닫아 생동성 시험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포츠 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이모(27)씨는 코로나 19로 센터 문이 닫혔다고 하는데요, 그는 "고용지원금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집 사기 위한 중도금이 급하게 필요해 몸을 갈아 넣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십 명의 사람이 병동에서 별 대화 없이 채혈하는 모습. 이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자본주의의 밑바닥에 와있는 기분"이라며 “'처참한 마음에 노동하러 온 거다' '몸 팔러 왔으니까 당연한 거다' 식의 자기 세뇌로 시험을 버텼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김 모(28)씨도 코로나 19 여파로 잘 다니던 언론 홍보 계열 회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김 씨는 두 차례 생동성 시험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생활비까지 벌기엔 '고수익 단기 알바'인 생동성 시험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김씨는 "친구들에게 같이 하자고 하니 '위험한데 미쳤냐'는 얘길 듣기도 했다”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내 몸으로 시험했다 생각하면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이 된다면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이틀 입원해서 받은 돈은 60만 원가량이었습니다. 김 씨는 현재 주중엔 직업훈련, 주말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4. 꿈이 있어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다
"'노가다'라도 해보겠다고 하고 택배 상·하차, 배달 일처럼 궂은일은 다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쌍하게 안 봐주셨으면 해요. 지금은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대학원 가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보고도 싶고, 지금 하는 유튜브도 잘 운영했으면 하고요." (위성경 씨)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있는 청년들은 입을 모아 "모두가 힘든 상황이니 참고 이겨내자"라고 했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에게 건넨 위로죠. 자신의 몸을 돈벌이에 기꺼이 내놓는 등 현실이 녹록지 않아도 미래만큼은 녹슬지 않습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위 씨는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기도 했죠.
‘취업난’ ‘고용불안’ ‘버림받은 청년세대’. 뉴스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말입니다. 코로나 19로 얼어붙은 고용시장, 청년들은 그래도 꿈과 희망을 품고 버티고 있습니다.
이 뉴스를 보니 정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부처 그리고 전 국민이 합심하여 노력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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