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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파, 전직원 권고사직 이유는? 무리한 연봉인상과 경영난이 주 원인

by ◆1 2022. 7. 1.

1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베스파 (3,165원 ▼145 -4.38%) 본사 사무실은 평일 오전임에도 대부분 불이 꺼진 채 굳게 잠겨 있었다.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베스파가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베스파는 9층 건물에서 2층과 4~9층, 총 7개 층을 사용하는데, 사람이 오가는 곳은 경영지원실이 위치한 9층뿐이었다. 적 막감 속에 자리를 지키는 직원은 거의 없었다. 불 꺼진 로비에는 2020년과 2021년에 받은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 대통령 표창이 걸려 있었다.

이날 출근한 한 직원은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지만 당장 중단할 수 없는 업무를 하고 있어 회사에 나와야 했다"라고 밝혔다. 베스파가 운영 중인 게임 '킹스 레이드'와 '타임 디펜더스'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월급조차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해야 하는 직원은 씁쓸한 표정으로 옥상에 올라 담배를 태웠다.

 

목   차

 

1. 베스파·VESPA,경영난에 투자 유치까지 실패… 임금 지급도 어려워

2. 베스파·VESPA, 무리한 연봉 인상에 비용 급상승…'번 레이트' 계산 실패

3. 베스파·VESPA, 개발자 몸값 '옥석가리기' 들어갈 듯


베스파·VESPA, 경영난에 투자 유치까지 실패… 임금 지급도 어려워


김진수 베스파 대표는 지난달 30일 회사 전직원을 모아놓고 "(5일 지급 예정인) 6월 급여는 지연지급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투자 유치도 하려고 노력했으나 사정이 어렵게 돼 미안하다"며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지난달 29일 진행 중이던 마지막 투자 유치 건이 틀어지면서 임직원의 월급조차 지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퇴직금마저 당장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베스파는 2017년 '킹스레이드' 흥행에 성공하며 연간 1000억 원 넘게 벌어들였고, 2018년 코스닥 입성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적자 전환하며 하락세를 겪은 데다, 신작 부재·투자유치 실패 등으로 경영난에 빠졌다. 지난 4월 신작 '타임 디펜더스'를 출시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며 투자 비용도 회수하지 못했다. 2020년 말 349명이었던 임직원도 2021년 말 191명, 2022년 1분기 148명으로 지속 감소했다.

베스파 관계자는 "투자로 비용이 과다하게 집행되면서 실적이 급감했고, 두 번 정도 인원 조정을 했다"며 "자본잠식으로 감사가 거절되자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게임 경기도 좋지 않다 보니 투자까지 어려워 악순환이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권고사직 통보 당시 베스파 재직자는 105명이다. 이들 중 설립멤버나 핵심 개발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퇴사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2주간 구성원과 퇴직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베스파 관계자는 "10~20% 미만이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대부분 임직원을 내보내지만, 베스파는 폐업을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자본을 매각하고 임직원 규모를 축소해 사업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게임 2종 킹스레이드와 타임 디펜더스 서비스는 계속 진행할 것이며, 현재 개발 중인 킹스 레이드 2(가칭)는 빠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 초 론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스파·VESPA, 무리한 연봉 인상에 비용 급상승…'번 레이트' 계산 실패


업계는 베스파가 제대로 비용 계산을 하지 않고 무리하게 개발자 연봉을 인상한 부분이 결정적인 패착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언택트 붐으로 ICT 경기가 급성장하면서 개발자 수급이 부족해지자 인건비도 덩달아 수직상승했다. 이에 베스파도 대규모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 전 직원 연봉을 일괄 1200만 원씩 인상했다. 당시 넥슨과 넷마블이 일괄 800만 원, 게임빌과 컴투스, 스마일게이트가 평균 800만 원,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개발직군 연봉을 각각 1300만 원과 2000만 원씩 올렸다. 중소 게임 개발사인 베스파가 대형 게임사에 맞춰 임금을 끌어올리자 당시 업계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는 베스파의 전 직원 권고사직이 '번 레이트(경비 지출 속도)' 계산 실패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넷마블 (67,400원 ▼1,500 -2.18%)·컴투스 (71,200원 ▼500 -0.70%) 등이 인건비 여파로 적자를 기록했고, 네이버(NAVER (237,000원 ▼3,000 -1.25%))와 카카오 (67,300원 ▼2,600 -3.72%)조차 인건비 상승으로 지난해 '어닝쇼크'를 겪었는데,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은 베스파처럼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번 레이트를 계산해 24~30개월 치 잔고를 확보해 놔야 한다고 하는데, 베스파는 그 기간을 너무 짧게 잡았다"며 "재무적 판단에 실패하면 회사가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업계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 대기업이 반도체 개발자 몸값을 크게 올려 중소기업들이 인건비 문제로 허덕이고 있다 들었다"며 "여기저기서 베스파와 같은 시한폭탄이 곧 터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라고 했다.

베스파·VESPA, 개발자 몸값 '옥석가리기' 들어갈 듯


일각에서는 베스파 사태가 개발자 임금이 조정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와 같이 실력이나 경력 유무를 가리지 않고 개발자를 채용하는 시절은 끝났다는 것. ICT 호황기가 끝나며 기업뿐만 아니라 개발자도 옥석 가리기를 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ICT 업계 호황기가 가시면서 사업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를 줄여야 할 시기가 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채용 정책을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카카오에서도 채용 규모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임업계도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메타(페이스북)와 아마존이 신규 채용을 중단했고, 넷플릭스도 올해만 벌써 두 번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한 벤처캐피탈 업계 VC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로 실력과 관계없이 개발자 몸값이 올랐는데, 이제부터는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개발자들은 연봉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실력있는 개발자는 '모셔가기' 경쟁은 여전할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개발 수요는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개발자 연봉이 다 같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실력 유무에 따라 연봉 구간이 세분화될 것이란 의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베스파 개발자 중 일부 실력 있는 개발자는 이번 기회에 몸값을 올려 이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