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경기도 의정부에선 한 아저씨가 온라인을 달궜다. 폭우로 침수된 도로에서 배수로를 맨손으로 뚫고 있는 모습이 공개되면서부터다.
10일 온라인상에선 ‘동네 배수로 뚫어주신 아저씨’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퍼졌다. 이를 최초 제보한 이는 전날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밖을 보니 도로가 물바다가 됐다며 사연을 소개했다.
경기도 의정부 '동네 배수로 뚫어주신 아저씨' 등장
제보자 A 씨는 “한 시간도 안 되는 새 물에 잠겨서 근처 상가까지 물이 넘치고 난리가 났다”라며 “물에 잠긴 도로가 500m는 넘는데, 배수로가 막히니 30분 정도 만에 사람들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었다”라고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A 씨가 올린 사진에는 의정부 용현동의 한 도로가 흙탕물로 잠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도로가 침수되면서 인도와 차도의 경계선이 보이질 않았다. 시민들은 저마다 바지를 걷은 채 물살을 헤치며 걸어갔고, 바퀴 절반이 물에 잠긴 차들은 위태로운 주행을 이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이때 한 남성이 배수로 앞으로 갔다고 했다. A 씨에 따르면 그는 맨손으로 배수로를 막고 있던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A 씨는 “어디선가 아저씨가 나와서 쭈그리고 앉아 배수로에서 쓰레기를 마구마구 뽑았다”라고 전했다.
남성 뒤로는 한 여성이 배수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종량제봉투를 준비했다고 한다. 남성의 활약 덕분에 도로 위 넘실거리던 빗물은 10분도 안 돼 전부 빠졌다는 게 A 씨의 증언이었다.
의정부 '배수로 뚫어주신 아저씨' 물 빠질 때까지 자리지켜
남성은 물이 다 빠진 이후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았다고. A 씨는 “아저씨는 끝까지 남아서 물이 다 빠질 때까지 있어 다”며 “물이 막히면 다시 뚫는 걸 반복하다가 떠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막혔던 배수로를 보니 담배꽁초와 관련한 말이 많던데 주로 낙엽과 비닐 종류의 쓰레기가 많았다”며 “하마터면 물이 계속 고여 더 깊게 잠겨서 많은 피해를 볼 수 있었는데 아저씨 덕분에 주변 상인들과 주택의 차량 주인들이 안심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또 “최근 강남 영웅 아저씨를 보고 감동했는데, 우리 동네에도 멋진 아저씨가 있다”며 “참 고마운 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앞서 8일 폭우로 인근 도로가 침수된 서울 강남역에서는 한 남성이 배수관을 뚫고 있는 모습이 전해지면서 한때 ‘강남역 슈퍼맨’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A 씨가 전한 사연을 접하고 “하나같이 영웅들은 활약 후 말도 없이 떠난다. 정말 멋있다” “슈퍼히어로다” “종량제 봉투 가져온 아주머니도 멋지다” “배수로에 쓰레기 버리지 말아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호응했다.
한편 각종 쓰레기로 막힌 도로변 빗물받이는 장마철 침수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 상황에서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차 있으면 침수가 3배 가까이 빠르게 진행된다. 또 빗물받이가 3분의 2 정도 덮여 있으면 침수 면적은 최대 3배 넓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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