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6일(현지 시각)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멈출 때가 아니다”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국내 증시와 금융‧외환시장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매년 와이오밍주의 휴양도시 잭슨홀에서 개최해 ‘잭슨홀 미팅’이라고 이름 붙여진 국제 심포지엄 직후 8분간의 연설에서 나왔다.
3번째 자이언트 스텝 ·기준금리 4% 가능성 높아
전문가들은 연준이 오는 20~21일(현지 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 시장의 예상이 적중하면 연준은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하게 된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4%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의지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곧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나고 빠르면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로 접어들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한국 증시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단기 상승(랠리)이 다시 하락장으로 되돌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 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 참여자들 중 64.0%는 이달 하순 열리는 FOMC 9월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75bp(0.75% 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36%는 50bp(0.5% 포인트) 인상을 전망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장에 ‘파월 피봇(pivot·입장 선회)’에 대한 기대감이 강해져서 내년부터 는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이 때문에 파월이 더 의도적으로 강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내내 파월의 강경발언이 증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파월 피봇은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율이 정점을 찍고 하향하는 모습을 보이면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접고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도 “시장 참가자들이 내년부터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는 희망 회로(낙관적 기대)를 돌리는 것을 하 지 말라는 게 파월 의장의 메시지”였다며 “7월 초부터 이어진 베어마켓 랠리는 이런 낙관적 기대를 토대로 이어진 것인데 이제는 되돌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기준금리 4% 제시 이유는?
파월 의장의 연설 발언 중에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할 만한 부분은 4%의 기준금리를 제시한 부분이다. 그는 연설에서 “위원회 구성원들의 가장 최근 전망인 6월 경제전망 요약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의 중앙값은 2023년 말까지 4%를 약간 밑돌고 있다”라면서 “위원회의 구성원들은 9월 회의에서 그들의 예측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4% 언저리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게 연준 위원들의 예측이라는 의미다.
보통 금리 인상기에 연준은 금리 최종 수준인 터미널 레이트(terminal rate)까지 기준금리를 올리고 이후 1년여간은 금리를 유지한 후 다시 금리 인하를 한다. 파월의 이번 발언은 터미널 레이트를 4%로, 금리 인상 기한은 내년 말까지로 제시한 셈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수십년 간 유지됐던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연 2%대 중반 수준인데 그 수준까지 인플레이션이 내려오지 않으면 긴축 기조를 전환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금리 인상의 속도는 조절할 수 있지만 금리 인상 기간은 내년 말까지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시장 참가자들이 금리 인상 속도는 빠르지만 내년이면 빠른 속도로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봤는데 파월의 의도를 정반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에서 한 달 넘게 이어져 온 상승 국면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지수는 지난 7월 4일 장중 2276.63까지 하락했지만 1개월여 후인 8월 16일에는 장중 2546.35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상승률은 11.8%(269.72P)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랠리가 있었던 핵심 이유는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통화정책의 전환에 대한 기대 감이었는데 그런 기대에 캡(제한)이 생겼다”며 “지수 상승의 상단이 막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도 파월 의장의 발언에 반응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알려진 후 첫 거래일인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장중 1349.10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갱신했다. 다만 유럽, 중국 등 미국 외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환율에 큰 변수가 된 상황이어서 향후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바뀔지 전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원화 환율에 영향을 주겠지만 유럽과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유로화 와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이런 변수들이 원화 가치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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