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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씨(52)는 2016년 서울의 한 지역 주택조합(지주택) 광고를 보고 혹했습니다. 넓고 좋은 새 아파트가 평당 2000만 원. 배우자, 자녀 2명과 함께 17년 된 아파트 25평 한 채에 살고 있는 그에게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습니다.

 

 

 


평생 저축한 돈을 빼고, 1억원을 대출했습니다. '새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조합에 가입했지만 그 기대는 곧 박살 났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착공조차 못했습니다. 업무를 맡긴 시행사는 매번 추가로 돈을 내라고 요구했고, 총 1500억 원을 쥐고도 대상 부지의 절반도 확보 못했습니다. 조합 계좌에 남은 돈은 단 1000만 원. 그를 비롯한 500여 명의 조합원들이 희망을 담아 투자한 돈이 사라졌습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수억원을 투자한 지주택이 헛된 희망에 그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조합을 '분양'으로 여기면 서 방치하는 가운데 업무대행사가 조합 수뇌부와 결탁해 자금을 횡령하는 등 시공이 지연되면서입니다. 업계 관계자들 은 "수도권 지주택의 경우 95%가 실패한다"면서 "사기꾼들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에 조합원들이 신경 써야 한 다"고 조언합니다.

목  차

 

1. 사라진 1500억원…대행사가 '꿀꺽'

2. "지역주택조합은 분양이 아니다"

3. 글을 맺으며

 


1. 사라진 1500억원…대행사가 '꿀꺽'

 

 

 



A씨는 조합에 가입하고 2년 동안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면 알아서 아파트가 지어지고 분양받을 수 있다고 기대해 기 때문입니다.


사태가 이상함을 깨달은 시점은 B업무대행사가 업무대행비 100억 원 전액을 사전 지불하라고 요구한 2018년. 관례대로 라면 착공 전까지 통상 5~6단계로 나뉜 업무가 단계별로 성공할 때 보상을 줘야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안건은 조합추진위원회(추진위)에서 이상하게 쉽사리 통과됐고, A 씨 등의 항의는 묵살됐습니다.

이상한 대행비 다음에는 이상한 땅값을 내야했습니다. 당초 B사는 조합원 자금 320억 원으로 핵심 부지를 모두 확보했다 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당 땅은 조합 명의가 아닌 처음 보는 기업인 C사 앞으로 돼있었습니다. 조합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B사 대표는 자신이 C사의 최대주주라며 부지가 사실상 조합 소유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C사에게 92억원을92억 원을 더 지불해야 했습니다. B사는 계약금 30억을 납입하고 잔금으로 나머지를 지불하 기로 C사와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C사는 "잔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서 계약 파기를 빌미로 92억 원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토지를 구매하라고 B사에 일을 맡겼지만 B사 대표는 자신이 최대주주인 C사에 외주를 줬고, 그 비용마저 비정상적인 계 약을 통해 조합에 손해를 끼친 셈입니다. 항의를 했지만 "B사와 C사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고 추진위는 이번에도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결국 조합원들은 칼을 빼어 들었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조사에 나선 결과 분납금 1000억원에 대출 550 억 원, 15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통장 잔고에는 단 1000만 원만 남아 있었습니다.

A 씨는 "상식적으로 믿기도 어려운 일들이 일어났다"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토지비로 2140억이 책정됐지만 예산의 70%를 쥐고도 토지의 40%만 구매했고 평당 2000만 원이라는 광고도 허위로 판정 났는데 2016년 당시 기준으로 평당 2500만 원이 필요했습니다.

A 씨 등은 사라진 돈 수백억 원을 추진위와 업무대행사들이 결탁해 갈취했다고 봅니다. 그들은 이 주택조합이 처음부터 '짜고 친 기획사기'라고 주장합니다. 조합을 시작한 조합 원장과 추진위 관계자들은 B 업무대행사 대표와 지인 관계였으며, 조합 업무 일감의 절반 이상을 B사와 B사가 세운 유령회사들에게 몰아줬다는 것입니다.

A 씨 등에 따르면 해당 조합이 업무를 맡긴 C사 외 D사, E사 등도 구성원이 유사하고 대표만 바뀌는 유령회사였습니다. B사는 자신의 업무를 유령회사에 하청 했고, 그 비용은 이미 B사 업무대행비로 사전 결제했음에도 추가 비용이라며 조합에 다시 청구했습니다. 이와 관련 B사 측은 "전문가들에게 일감을 주니까 (같은 사람들이) 맡게 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조합원들은 B사와 조합장을 해임하고 형사고소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설령 처벌 된다해도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탈퇴를 원하는 조합원들도 100명이 넘는데 통장에 잔고는 없습니다. 분납금을 새로 모으려 해도 5년 동안 사업이 표류하면서 땅값은 평당 3700만 원으로 불었습니다.

2. "지역주택조합은 분양이 아니다"

 

 

 



지주택과 업무대행사를 둘러싼 비리는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행사의 비리로 10년 넘도록 표류하는 사업도  다수입니다. 지난해에는 서울 중랑구의 한 지주택에서 조합원들을 속여 수십억 원을 빼돌린 업무대행사 대표 백모(68)씨 가 1심에서 징역 11년과 88억 9200만 원의 추징을 선고받았습니다.


백 씨는 토지사용승낙률이 40%를 밑돌았지만 조합 설립인가 조건인 80% 이상을 갖췄다고 속여 조합원을 모집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조합자금 약 90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습니다. 횡령한 자금은 선물옵션 투자, 실내 경마 ,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습니다.

그가 일으킨 피해액만 1인 평균 5000만원이 넘지만 대부분 회복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조합은 10년 가까이 표류하면서 조합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철저히 무너졌습니다.

백 씨와 A 씨의 사례처럼 허위 광고가 판을 치고 업무대행사가 사기를 기획하지만 이를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사실상 제재가 전무한 가운데 A 씨처럼 직접 행동에 나서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가이아의 김경옥 대표는 "지역 주택조합은 분양이 아니다"면서 "조합원 스스로가 이 사업을 같이 한다 는 생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땅값이 비교적 싼 지방은 가능할지 몰라도 서울, 부산 등 대도시권에서 지역 주 택조 합의 95%가 실패한다"면서 "너무 값싼 가격에 비싼 지역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면 해당 광고를 믿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3. 글을 맺으며

 

 

 

 

 

대한민국은 경제사범들에 대해 상당히 너그러운 것 같습니다. 사기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아주 저급한 범죄입니다. 따라서 형량을 아주 엄하게 해야 이런 사기꾼들이 설치지 못할 텐데 그동안 법원에서 파결내린 것을 보면 비록 판결문에는 중형 이상을 선고하지만 결국 특사 조건이나 감형으로 많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내 전 재산이 3억원인데 지역 주택조합으로 모두 날려버렸다면 그 사람은 평생 일해서 모은 자산을 한 번에 날리는 꼴이 됩니다. 따라서 지역 주택조합을 설립할 때 관련 부처에서 이상이 없는지 철저히 감시를 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