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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휴일까지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들은 휴일에도 집에 있다가 지문만 찍고 다시 (구청을) 나가서, 다시 지문 찍으러 들어옵니다. 구청도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이 없는지 관리가 안 되고요. 국민의 혈세를 그냥 쉽게 타 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공무원으로서 자세가 아니다’라고 생각됩니다.”

 

 

 


지난달 13일 <한겨레> 누리집에 접수된 제보 내용이다. <한겨레>가 지난 4~6월 서울 노원구청과 종로구청, 전북 전주시 등의 초과근무수당·관내 출장여비 부정수급 의혹을 보도한 뒤 다른 구청 공무원들로부터 “우리도 똑같다”는 내용의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이미 조직 내 ‘관행’으로 굳어진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상황 역시 같았습니다. 누리집에 글을 올린 제보자 역시 “내부고발자가 돼서 피해를 봤다는 노원구청 기사를 보면서 제 신상은 공개하기가 힘드네요”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겨레>는 지난 1~6월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초과근무·관내출장초과근무·관내 출장 실적과 수당 지급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 해 그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초과근무·관내 출장 수당 부정수급은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꼽혀왔습니다. 수당이 ‘일하는 사람’을 위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각 자치구의 초과근무시간, 출장 횟수 등을 비교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 등으로 공무원들의 업무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확진자 발생 추이가 초과근무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도 파악했습니다.

서울시 전체 25개 구 초과근무시간 및 관내출장 실적을 비교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자치구는 송파구였습니다. 송파구는 25개 구 가운데 가장 오래 일하고, 출장도 많이 다녔습니다. 서울 자치구 공무원 평균 초과근무가 35시간인 반면 송파구는 53.8시간에 이르렀습니다. 관내 출장 횟수도 상반기 평균 26.1회로, 25개 자치구 평균 12회보다 두배 이상 많았고, 월평균 출장여비 수령액을 따져도 26만여 원으로 가장 적은 구로구(8만 원)보다 3배를 넘겼습니다. 이에 <한겨레>는 추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송파구청 4개 부서(재무과·세무행정과·세무 1과·세무 2와)의 5월 출장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공무원들의 ‘일상’은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출장의 패턴이 매우 규칙적이고 반복적이었습니다.

1. 한시간 반씩 하루 두 번, 15일 이상 출장

 

지난 5월3일 오전 9시 50분, 송파구청 재무과 직원 ㄱ씨는 ‘용역계약 현황 확인차’ 마천동으로 출장을 갔다가 점심시간을 앞둔 11시 20분 구청으로 복귀했습니다. 왕복 소요시간이 승용차로는 30분 이상, 버스로는 1시간 10분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오후 2시에도 ‘용역계약 현황 확인차’ 가락동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역시나 한 시간 반 만인 3시 30분에 구청에 도착했습니다. ㄱ씨는 5월 한 달 동안 이렇게 오전 9시 50분, 오후 2시에 1시간 30분짜리 출장을 16일 동안 반복했고 출장 목적지는 매번 바뀌었는데도 출발·도착 시간은 항상 똑같았습니다.

 

 

 

 


또 다른 직원 ㄴ씨는 ‘제로페이 비즈 등 관련’ 목적으로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각각 1시간 30분짜리 출장을 보름 동안 매일 다녀왔습니다. ㄷ씨도 ‘재산관리 관련 업무 추진 등’을 목적으로 오전 9시 45분, 오후 1시에 출발하는 1시간 30분짜리 출장을 17일 동안 지속했습니다. 재무과 직원들의 한 달 평균 출장 횟수는 30.7번이었습니다.

이런 행태는 재무과만이 아닙니다. 세무행정과는 31명 가운데 30명(평균 29.8회), 세무1과 직원 40명 전원(평균 29.8회),  세무 2와 직원 48명 전원(평균 27.8회)이 모두 2시간이 안 되는 출장을 하루 두 번씩, 15일 안팎으로 다녀왔습니다. 고액체납자의 재산 실태를 조사하거나, 체납자에게 납부를 독려하는 출장도 하루 두 번, 1시간 30분씩 걸렸고, 부서 물품 구입을 위해 한 달 내내 하루 두 번씩, 한 번에 1시간 30분씩 관내 동을 순회한 직원도 있었습니다.

 

지방세 부과를 위한 개별 주택 특성 조사, 지방재정시스템 점검, 법인카드 사용 확인, 구유재산 이용 현황 조사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장도 ‘1시간30분 남짓’ ‘하루 두 번’ ‘15일 안팎’이었습니다. ‘공무원 여비규정’은 관내(서울시 내부) 출장의 경우 4시간 미만은 1만 원, 4시간 이상은 2만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5일가량 출장을 가면 출장여비 상한액 3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재무과·세무행정과·세무1과·세무2과를 통틀어 세무행정과 직원 3명을 제외하곤 4시간 이상 출장은 없었습니다. 이 는 지난 2017년 한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로 이뤄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당시 송파구청은 2016년 1월~2017년 3월 전체 소속 공무원의 85%인 1263명이 출장시간을 부풀려 출장여비 2억 6천여만 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직원들은 부정 수급한 출장여비를 반납했습니다. 이때 적발된 ‘부풀림’ 수법은 출장을 4시간 이상 가지 않았는데도 4시간 이상 다녀온 것처럼 속여 출장여비를 타내는 것이었습니다.

2. “코로나19 때문에 출장 많다”고?

 

송파구청 직원들만 이렇게 많이 출장을 다니는 이유는 뭘까요? 송파구청 쪽은 “넓은 면적, 많은 인구수, 많은 유동인구수 등 기본적으로 업무가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추가된 다양한 업무로 출장이 많다”라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4개 부서의 5월 출장 3910건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추가된 출장은 예방접종센터·임시 선별 진료소 지원근무 7건에 불과했습니다. 더욱이 다른 구청 관계자에게 물으니 “코로나19 감염 전파 우려로 불필요한 출장을 자제하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송파구는 25개 구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구입니다.

 

 

 

 


송파구청 쪽은 “시간을 일부 다르게 입력했을 수 있지만, 실제로 모두 이뤄진 정상적인 출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4시간 미만의 출장에 대해선 복명서(출장에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 확인하는 서류)를 받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에 대해서도 복명서 등 출장 내역 증빙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4시간 미만 출장에 대해선 실제 출장 이행 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하고 있지 않음을 시인한 셈입니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부터 출장 출발·복귀 시간을 정확히 입력하도록 하고, 부서장이 실제로 출장 내역을 확인한 뒤 실제 출장시간만큼 여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송파구 쪽의 말대로 실제 얼마나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송파구는 지난 6월 <한겨레>에 “국민권익위 조사 이후 나머지 기간도 확인해 2017년 4월~2020년 12월 출장여비 지급 내역을 전수 조사해, 714명이 3500만 원을 부정 수급한 사실을 적발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당 조사가 이뤄지던 중에도 ‘이상한 출장’이 지속되고 있었던 셈이 됩니다. 출장여비 부정 신청과 수령은 워낙 깊게 뿌리내린 관행이기에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외부기관의 조사와 더불어 처벌 강화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자료출처 : https://news.v.daum.net/v/2021092305061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