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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송정역으로 빨리 가주세요."

지난 6일 오후 3시 20분쯤 광주 광산구 소촌동 한 삼거리에서 등산용 가방을 멘 50대 후반의 남성이 급히 손을 흔들며 택 시를 잡아 세웠습니다.

 

 

 


이 남성은 "광주송정역으로 빨리 가 달라"며 허겁지겁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택시기사 강귀선씨(65)는 "누구 급히 만나러 가시나 봐요"라며 으레 하는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왠지 모르게 상당히 초조해 보이는 남성은 그때부터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송정역 3번 출구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만나러 간다. 금감원 직원이 현금 3500만원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돈을 찾아가는 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혹시 정신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의심을 한 강씨는 백미러로 다시 한번 남성을 쳐다봤는데 3500만 원이 든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꼭 감싸 쥐고 있는 남성은 꽤 초조해 보였다. 정신이 나가거나 거짓말을 할 사람 같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강 씨는 "금융 감원원 직원을 왜 만나시냐", "정말로 현금을 찾아가시는 거냐"며 이것저것을 되물었습니다.

 

 

 

 


남성은 며칠 전부터 금융감원원 직원과 통화를 해왔는데 은행 대출받은 게 문제가 생겨 돈을 모두 인출해 금감원 직원에게 직접 전해줘야 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아내도 모르게 돈을 인출해 급히 송정역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남성을 보자 강 씨는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습니다.

남성이 그 돈을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이들에게 건네면 3500만원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기존 대출금까지 온전히 떠안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사이 남성에게는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연신 걸려오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그 전화 절대 받지 마세요."

탑승지점에서 광주 송정역까지는 택시로 3분 남짓한 거리. 

 

너무 늦는다면 범인들이 남성을 의심해 도주할 수도 있는 상황. 강 씨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강 씨는 송정역을 가는 도중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남성에게 보이스피싱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금융 감원원 직원이 은행이 아닌 기차역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돈을 인출해 가자고 오라고 하는 것 등 모두 보이스피싱 수법이라고 설명한 후 즉시 이를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는 신고에 사복을 입은 광산경찰서 형사들이 즉시 송정역으로 가 잠복근무 태세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남성이 약속 시각에 늦고 전화를 계속 받지 않자 일이 틀어졌다고 생각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끝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귀선 씨는 이튿날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3500만 원을 지킬 수 있었다"는 남성의 전화를 받게 됐습니다.

광주 서구 서창3통장을 맡고 있는 귀선 씨는 광산서 자율방범대장, 청소년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하면서 범죄에는 '눈 이 밝은' 편이었습니다.

 

 

 


그가 자율방범대장 활동을 하던 89년도에는 광주 권총 강도 사건의 범인을 잡은 공로로 치안총감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며 평소 어르신들 상대로 보이스피싱 주의는 많이 해드렸는데 젊은 중년 남성이 그러길래 순간 의심을 했다. 그래도 마침 제 택시를 탄 남성분을 도울 수 있어서 뿌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보이스피싱 수법에 넘어가는 황당한 사람들이 있긴 하군요. 정부와 관련된 기관은 전화로 이런 요청을 하는 곳은 없기 때문에 만약 이런 전화를 받게 된다면 관계부처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전화했던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해보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