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프로그램에 '깔세'라는 생소한 부동산 용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더구나 연예인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소위 '관찰 예능'에서 말입니다.
사실 깔세라는 말은 아파트나 빌라 등과 같은 주거용 주택 거래에서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주로 상가계약 때 등장하는데요. 임대보증금을 내지 않는 대신 월세를 높이 책정하는 형태의 계약입니다. 보통 상가를 단기 임대할 때 이런 형태의 계약을 맺곤 합니다.
1. "안방만 빌려쓰고 월 80만원"…정상적인 계약일까 ?
최근 SBS방송의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배우 오민석이 박수홍에게 집을 임차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특이하게도 집을 통째로 임차하는 것이 아닌 안방만 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임대보증금 없이 월세로 80만원을 내기로 했는데요. 집이 팔리면 바로 방을 빼준다는 조건도 내걸렸습니다.
상가가 아닌 주거용 건물을 일부 단기 임차하는 형태입니다. 주택판 깔세 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계약, 가능한 걸까요?
집을 구할 때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집을 구하고 있는 사람끼리 합의를 거쳐 서로 합의가 된다면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아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방 하나만 빌리는 계약도 가능합니다. 또 주거용 주택이라도 단기로 임대 계약을 맺는 깔세로 사는 것도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능합니다.
다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깔세로 상가 등이 아닌 실제로 주거할 집을 빌리는 경우에는 주의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집을 빌리는 사람이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계약기간이 짧고 보증금이 없는 등 깔세는 관련 법이 예외로 규정한 '일시사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런 일시사용은 일반적인 형태의 임대차계약과 달리 예외 또는 특례 규정이 적용됩니다.
2. 깔세 맺고 살다 계약기간 다툼…법원 '깔세' 인정
만약 깔세를 일시사용이 아닌 일반적인 임대차계약으로 본다면 계약기간을 둘러싸고 다툼이 빈번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원은 계약 기간이나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 계약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일시사용인지 아닌지를 따지게 됩니다.
실제로 보증금 없이 매월 150만원을 내기로 정하고 깔세 계약을 맺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처음 계약은 미리 3개월치 월세를 내면서 시작됐는데요. 임대차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월 사용금을 내는 것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된다고 정했죠.
이 계약은 결국 계약기간을 놓고 법정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집을 빌려준 사람은 나가라고 하고 집을 빌린 사람은 당시 법에 따라 계약기간이 2년이라며 버텼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법원은 이런 형태의 깔세 계약은 임대차보호법상의 2년 기간 보호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서상의 조건을 인정하고 집을 빌려준 사람의 주장대로 임대차기간이 이미 종료됐다고 봤습니다.
하희봉 변호사(로피드 법률사무소)는 "깔세의 경우 계약 내용이 천차만별이므로 충분히 서로 합의를 거쳐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특약 사항 등도 최대한 자세히 기재해야 다툼을 막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깔세로 맺은 계약도 그 내용이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주거용으로 깔세 계약을 맺을 땐 더 주의가 필요하다"며 "계약서 자체에 단기 사용이라고 표시하고 임대차보호법을 주장할 수 없다고 특약사항에 기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우새의 경우는 계약 기간을 따로 정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판례의 사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수홍의 집이 팔릴 때까지가 거주 기간입니다. 예능 프로그램 속 얘기인 만큼 실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오민석이 만약 더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하더라도 불가능합니다. 박수홍의 집이 계약이 된다면 깔세로 계약한 만큼 바로 방을 빼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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