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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국내 일자리 창출의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기준 국내 기업 고용규모 순위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3위에 올라섰습니다. 고용규모 '빅 3'에 진입했지만, 고용의 질 문제는 여전히 꼬리표로 따라붙습니다.

1. 삼성전자·현대차 이어 고용 빅3된 '쿠팡'

 

 

 


20일 쿠팡 및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쿠팡과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 풀필먼트 코리아는 9월 말 국민연금 가입자수 기준으로 총 4만 3171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고용 규모에서 삼성전자(10만 4723명), 현대자동차(6만 8242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LG전자(4만 500명) 보다 더 많은 수준입니다.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은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근로자에 해당합니다. 여기엔 1개월 이상 근무하면서 월 8일 이상 또는 월 60시간 이상 근로한 일용근로자도 포함됩니다.

 

 

 

 


또 쿠팡(쿠팡플렉스)은 현재 가동하고 있는 물류센터 이외 올해 대전·금왕·광주·김천·제천 등 5개 물류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으며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한 곳당 최소 500명에서 2000명 이상 신규 일자리가 생겨납니다.

코로나 19(COVID-19)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쿠팡이 물류센터 등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이 같은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입니다.

 

2. 9월 한달간 8297명 뽑았지만 6017명 나가

 

 

 


하지만 고용의 질 문제는 여전히 한계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가입 사업장 내역을 분석한 결과 9월 한 달간 쿠팡과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의 국민연금 신규 취득자수는 총 8297명으로 조사됐는데 전월 대비 8297명이 새로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뽑은 인원 규모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인원들이 쿠팡(쿠팡플렉스)을 떠났습니다. 9월 한 달간 쿠팡(쿠팡 플렉스_의 국민연금 상실 가입자수(퇴직·실직자수)는 6017명에 달했습니다. 물론 국민연금 신규 취득자수와 상실 가입자수에 휴·복직 인원 등도 섞여있어 정확한 쿠팡의 고용인원과 퇴사 인원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대략 한 달에 뽑은 인원 규모의 73%에 해당하는 인원들이 나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율은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쿠팡은 정규직보다 계약·단기직 형태의 직원 비율이 더 높습니다. 일례로 배송직원인 쿠친(쿠팡맨)만 놓고 봤을 때 현재 쿠친 중 정규직 비율은 20% 미만입니다. 쿠친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쿠팡 지부 관계자는 "쿠친은 1년 계약 형태로 2년째 테스트를 거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며 "최근 쿠팡이 고용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비정규직 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쿠팡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업으로 비난하긴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 물류센터 일자리는 3D 일자리로 불릴 만큼 힘들다는 인식이 많았다"며 "정규직으로 일할 생각으로 들어오기 보다는 주로 대학생들이나 코로나 19로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이 계약직·단기직 형태로 투잡을 뛰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쿠팡 역시 일자리 안정을 위해 단기직 사원에게 상시직 전환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채용 기회를 열어놨지만, 이를 거부하는 근로자들도 많았다는 설명입니다. 쿠팡 입장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뽑고 교육하는데 힘쓰기보다 안정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3. 빠르게 자리잡아가는 '긱 경제'… 일자리 창출 자체가 중요

전문가들은 쿠팡이 국내 기업 중 고용 규모 3위로 등극했다는 것 자체가 임시직 중심의 긱(Gig) 경제가 우리 사회에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긱 경제란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를 말합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노동 안정성이 담보되진 않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쿠팡(쿠팡플렉스)의 고용 형태를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는 다양한 고용 형태를 통해 탄력적인 일자리 자체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 구조가 유연해지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기면서 과거처럼 정규직 중심의 고용형태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산업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에 맞춰 고용 형태를 다시 정의할 필요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