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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캐스팅 디렉터는 피해자인가 사냥꾼인가?

27일 방송되는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수년간 배우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며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 캐스팅 디렉터 조 씨의 행적을 추적합니다.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 제보자가 되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찾았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이미지에 좋 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배우들이 용기를 낸 까닭은, 후배들이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마주하지 않도록 ‘그’를 멈추게 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였습니다.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들려준 이야기의 주인공은 캐스팅 디렉터 조 씨.

 

한두 명도 아닌 수십 명의 배우가 조 씨로 인해 괴로웠고, 지금도 괴롭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배우들과 캐스팅 디렉터 조 씨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난 2017년경, 대학로 배우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대학로 곳곳을 누비며 배우들에게 접근해 명함을 건넨 캐스팅 디렉터 조 씨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학로 배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 씨는 자신을 엔터테인먼트 회 사 소속의 캐스팅 디렉터라 소개하며 배우들의 환심을 샀습니다.

이후 유명 감독의 대본을 보여주는 방법 등을 통해 배우들과 친분을 만들어갔던 조 씨,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의아한 일 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캐스팅 디렉터라는 조 씨와 미팅이 제작사 근처나 오디션 장소가 아닌 뜬금없는 목동 SBS 로비에서 이루어지곤 했습니다. 게다가 작품이나 캐스팅과 관련해 만나기보단 밥이나 술을 먹자는 등 사적인 자리에 가까운 미팅을 강요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그의 명함 속 회사의 실체를 의심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데 SBS ‘펜트하우스’에 출연해 호평을 받는 배우 박은석도 조 씨로부터 명함을 받고 의문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박은석은 ”내가 명함을 딱 받고 봤는데 그 명함에 ‘OO 엔터테인먼트’라고. 그때 당시 제가 ‘OO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에 소속이 돼 있던 배우였다 “고 전했습니다.

박은석 소속사엔 조 씨가 건넨 명함에 적힌 이름을 가진 캐스팅 디렉터가 없었습니다. 추적해보니 명함에 적힌 이름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박은석은 자신이 받은 대본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조 씨가 지나치게 화를 내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계속 보이자 이 사실을 다른 배우들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박은석은 당시 함께 공연 중이던 연극배우들 단체 채팅방에 조 씨를 조심하라는 글을 최초로 올렸고, 이는 대학로 배우 들 사이에 퍼져나갔습니다. 그러자 과거에 비슷한 피해를 보았다는 배우들의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조심하 자’는 글과 채팅이 배우들의 삶을 괴로움으로 옭아맬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로 배우들은 줄줄이 고소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조 씨가 단체 채팅방에 참여했거나 글을 옮긴 배우들을 찾아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일일이 고소를 한 것입니다. 이후 본인을 비판하거나 동조한 배우 수십 명을 차례로 만나 사과를 요구했고, 고소 취하를 빌미로 합의를 종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조 씨가 제안한 합의금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미래의 더 큰 무대를 꿈꾸며  달려가던 대학로 배우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금액이었지만 많은 배우가 조 씨의 합의 종용에 따르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연예계 활동을 위해 작은 흠 하나도 조심해야 했던 신인 배우들에게 조 씨와의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모 배우는 ”‘저희 연봉 1년에 100만 원이에요’ 막 이런 식으로 말할 정도로 연극 배우분들한테는 사실 그런 합의금 자체 가 굉장히 큰돈“이라고 했습니다.

조 씨는 배우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어 정신과 약까지 먹을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호소와 함께 본인의 이미지 훼손으로 일이 끊겨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를 들며 조 씨가 배 우들에게 원한 것은 바로 합의금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 씨가 합의금을 종용하는 방법이 남달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매번 수백 장에 이르는 서류를 들고 다녔는데, 그 서류는 다른 사람들이 쓴 사과문과 합의서였습니다. 또한 다른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음성 녹취나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 등도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조 씨는 이런 자료들을 증거로 내보이며 자신은 무고한 피해자가 확실하니 합의금을 달라고 종용했고, 일시불로 안되면 다달이 나누어 내라고까지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합의를 거부하는 배우들에겐 자신의 명예훼손 사건을 언론에 기사화하 며 괴롭힘을 이어갔습니다. 심한 경우 배우의 집에 직접 찾아가 행패를 부리다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 씨의 이런 행동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 씨는 정말 억울한 명예훼손 피해자일까, 아니면 합의금을 노리는 사냥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