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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내려앉은 ○○역 4번 출구. 휴대전화를 쥔 두 사람이 마주했다. 그들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 서서 잠 시 서로를 흘겨봤다. 그렇게 잠깐의 '탐색전'이 지나고 두 사람은 다소 난해한 '암구호'를 주고받았다. "혹시, 당근 이세 요?" "네, 당근입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비밀거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동네에서 일어나는 흔한 중고거래 이야기입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으며 단순 중고거래 역할을 넘어 지역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진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목  차

 

1. 코로나19 영향 아래 중고거래 시장 '도약'

2. 지역 강점 살려 SNS로 '진화'

3. 당근마켓식 만남에 기대·우려 공존

 


1. 코로나19 영향 아래 중고거래 시장 '도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래 중고거래 플랫폼은 급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 앱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주요 중고 거래 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이용자는 1432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1명이 모바일 중고거래 앱을 이용해본 셈입니다.

이용자 연령층도 다양했습니다. 40대가 28%로 가장 많았지만, 30대 23%, 50대 이상 21%, 20대가 20%를 차지하며 모든 연령대에서 고른 사용량을 보였습니다.

중고거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확대되며 기존 거래 규모가 작았던 어린이용품, 장난 감, 게임, 실내 인테리어 가구의 상품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며 "주 이용층을 정하기 애매할 만큼 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게 이용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중고거래를 '마니아'들의 문화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2. 지역 강점 살려 SNS로 '진화'

 

 

 



주목해야 할 점은 당근마켓의 진화인데 당근 마켓의 경우 중고거래라는 본 역할을 넘어 '지역 SNS'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근 마켓은 GPS를 통해 사용자의 지역을 인증하고 최대 반경 6㎞ 이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역제한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 9월 당근마켓은 이웃주민 커뮤니티 '동네 생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Δ우리 동네 질문 Δ동네 분실 센 터 Δ동네 맛집 Δ동네 사건사고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충치 치료 전문 치과를 묻거나, 지하철역에서 잃어버린 물품을 수소문하기도 합니다. 이는 가까이 사는 사람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에 더해 최근 당근마켓에선 '같이해요'나 '해주세요' 등의 게시물도 다수 작성되고 있습니다. 한 이용자는 '같이해요' 키워드를 선택해 "혼자 하려니 잘 안 가게 되는데, 저녁에 한강 달리기 팀을 꾸릴 분 계신가요?"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해주세요' 키워드를 선택해 "집에 행거 설치를 도와주실 분 계신가요?"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 또한 모두 가까이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애브리타임은 학교를 중심으로, 블라인드가 직장을 중심으로 한 SNS라면, 당근 마켓은 동네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은다"면서 "SNS 교류가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데, 당근 마켓은 차별점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3. 당근마켓식 만남에 기대·우려 공존

 

 

 



지난 20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선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유재석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습니다. 시청자들이 꺼린다는 '브랜디드 콘텐츠'였지만, 시청자 반응은 긍정적이었는데 그들은 '중고거래' 대신 '시간 거래'를 했기 때문입니다.

유재석은 중고거래앱을 통해 만난 의뢰인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도 하고,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하며 중 고거 래앱의 다양한 사용법을 선보였습니다. 코로나 19로 사람과의 만남이 제한된 상황에서 '힐링'을 선사했다는 평입니다.

이 같은 '당근 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각에선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신원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입니다.

실제 지난 23일 당근마켓에는 옥상에 갇힌 자신을 구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습니다. 한 이용자는 "집 옥상에 올라왔는데 밖에서만 열리는 문이 닫혀서 갇혔다. 와서 열어주실 분 계신가요"라며 거래금액으로 5000원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이웃주민의 도움으로 옥상에서 탈출하는 훈훈한 결말이었지만, 이용자들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수단이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