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국 망명설'이 돌았던 조성길 북한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한국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사급 북한 고위 외교관이 우리나라에 망명한 사례는 처음이라 남북관계 미칠 파장이 주목됩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보호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으며 이런 사실은 이날 JTBC 방송을 통해 처음 보도됐습니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등 관련 부처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미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정황이 하나씩 나오는 상황입니다.
국정원은 지난해 8월 국회 보고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소재를 함구했으며 하 의원의 주장대로 지난해 7월 조 전 대사대리가 입국했다면 의도적으로 신변과 소재를 감춘 것입니다.
정보당국은 그의 신변 문제와 북한과의 대화 기조 등 남북관계를 고려해 그의 입국 사실을 함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 조성길 대사대리 망명 이유
조 전 대사대리는 북한 재외공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바치는 상납금에 문제가 생겨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조 전 대사대리의 국내 거주로 인해 남북 간 다시 한번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고 지난달 말 서해에서 실종 공무원이 북측에 피격당한 이후 남북 간 긴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귀순 사실 공개는 관계 악화의 방아쇠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사실을 공식 확인해 파문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미 한국에 들어온 시일이 꽤 지났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도 나오는데 조 전 대사대리의 스스로 선택한 망명이라면 대남 비난이 별다른 효과를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2. 조성길 대사대리의 출신
조 전 대사대리는 앞서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보다 고위급 인사이며 태 의원은 망명 당시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직이었다. 대사급 인사가 한국으로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으로 망명, 입국한 북한 외교관 출신은 태 의원 외에도 1991년 고영환 전 주콩고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 현성일 전 주잠비아 북한 대사관 3등 서기관 등이 있습니다.
한편 조 전 대사대리는 태 의원과의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태 의원은 지난해 1월 '조성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조 전 대사대리를 '친구'로 부르며 그에게 한국행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태 의원은 “내가 북한 외무성 부국장으로 있었던 시절, 조성길은 같은 외무성 5과 이탈리아 담당 부원으로 있었다. 나는 그와 20년 지기”라고 조 대사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아울러 2018년 조 대사의 탈북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를 대한민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노력을 펼쳤으나 이를 중단했던 배경도 설명했다.
3. 태영호 국민의 힘 의원, 언론자제 부탁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망명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에 온 것으로 보도되는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임시대리 대사에 대해 “소재와 소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탈북한 북한 외교관들의 한국으로 온 사실이 알려질 경우, 북쪽에 있는 가족들은 큰 처벌을 받게 된다며 지나친 관심과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태 의원은 7일 “전직 북한 외교관이며 조성길과 오랜 기간 함께했던 사람으로서 조성길 본인의 동의 없이 관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태 의원은 “언론사들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하지만, 북한에 친혈육과 자식을 두고 온 북한 외교관에, 본인들의 소식 공개는 그 혈육과 자식의 운명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인도적 사안”이라며 “탈북한 외교관들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대우나 처벌 수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태 의원은 “만일 탈북 외교관들이 북한 대사관에서 탈출해 상주하고 있던 현지 국가에서 조용히 체류하고 있을 경우, 북한에서는 그를 도주자, 이탈자로 분류하지만 대한민국으로 망명하면 그들을 배신자, 변절자로 규정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태 의원은 도주자·이탈자 가족에 대한 불이익은 최대 지방으로의 추방이지만, 변절자·배신자의 가족에게는 정치범 수용소 수용 등 “어떤 처벌이 내려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탈북 외교관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과 해를 가하는 발언 등을 하는 경우, 북한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없는 범죄 사실도 만들어서 뒤집어 씌우고, 심지어 테러 위협까지 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대한민국에 있는 전직 북한 외교관은 신분 노출을 하지 않고 정부 역시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태 의원은 “조성길이 만약 대한민국에 와 있다면 딸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우리 언론이 집중 조명과 노출을 자제해달라”며 자신 역시 “국정감사에서 조성길 관련 질의는 하지 않은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4.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편지 전문.
나의 친구 조성길에게!
성길아, 너와 직접 연락할 방도가 없어 네가 자주 열람하던 나의 블로그에 너에게 보내는 장편의 편지를 올린다. 우리가 평양에서 헤어진 지도 어엿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자네 가족이 이탈리아에서 잠적했다는 보도가 나온 날부터 우리 가족은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에 들어가 자네 가족 소식부터 알아보네.
애들과 집 사람은 자네 소식이 나올 때마다 2008년 1월 우리 가족이 로마에 갔을 때 자네가 우리 애들을 로마시내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 데리고 가 하나하나 설명해주던 때를 추억하네. 애들도 ‘성길 아저씨네 가족이 서울로 오면 좋겠다’고 하네.
그런데 오늘 아침 보도를 보니 자네가 미국망명을 타진하고 있다니, 이게 웬 말인가?
그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네. 나나 자네는 북한에서 아이 때부터 애국주의 교양만 받고 자랐네.
지금 와서 돌의 켜 보면 우리가 배운 애국주의에는 우리 민족의 미래나 번영은 없고 오직 김 씨 가문을 위한 총폭탄 정신뿐이었네.
나는 50대에 이르러서야 내가 평생 바라던 진정한 애국주의는 바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며 나의 조국도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
우리의 조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지금 자네도 선뜻 마음에 와 닿지는 않을 걸세.
그러나 북한에서 평생 개인의 운명 보다 민족의 운명, 개인의 행복 보다 민족의 번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자네나 내가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해야 할 민족의 운명, 민족의 번영은 어느 쪽에 있는가를 심중히 생각해 보아야 하네.
나는 오랫동안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실지 한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했네.
내가 한국으로 왔다고 해서 나를 정당화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70여전 까지만 해도 낙후한 식민지였던 나라가 경제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가 한국 말고 세상에 어디 있는가?
물론 한국은 지상천국은 아닐세.
그러나 한국은 나나 자네가 자기가 이루려던 바를 이룰 수 있는 곳이네.
북한을 떠나면 제일 그리운 것이 사람이네.
그런데 서울에 와 보니 나와 자네가 다닌 평양외국어학원 동문들이 생각보다 꽤 많네.
명절이면 한자리에 모여 앉아 평양외국어학원을 다니던 때를 추억하네.
한국에는 3만여명의 탈북민들이 있네.
탈북민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부유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랑만적으로 살아가고 있네.
어젯밤에도 수십 명의 탈북 단체장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까 열띤 논쟁을 했네.
자유민주주의 체제여서 ‘백두 수호대’나 ‘태영호 체포 결사’ 대 같은 극좌적인 조직들도 있지만 그런 조직들은 극소수이고 진정으로 민족의 운명과 한반도의 평화통일,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조직들이 수십 개나 되네.
수백만의 한국 젊은이들이 통일의 꿈을 꾸며 통일의 대오에 합류하고 있네.
나도 매주 ‘남북동행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한국과 북에서 온 대학생들을 한데 모아 놓고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문제들을 토론하네.
지난 12월 29일에는 남북한 대학생들이 함께 곤지암 스키장에 가서 스키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도 보냈네.
한마디로 서울은 한반도 통일의 전초기지네.
북한 외교관으로서 나나 자네가 남은 여생에 할 일이란 빨리 나라를 통일시켜 통일된 강토를 우리 자식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겠나.
서울에서 나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우리가 몸 담구었던 북한의 기득권층을 무너뜨리고 이 나라를 통일해야 하네.
한국으로 오면 신변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매일 여러 명이 경호원이 밀착 경호를 하네.
국민의 혈세를 내가 너무 쓰고 있지 않나 미안스러울 정도네.
자네도 한국에 오면 정부에서 철저한 신변경호를 보장해 줄 것이네.
직업도 자네가 바라는 곳으로 해결 될 걸세.
나도 정부에서 국가안보전략원에서 여생 편안히 살게 해 주었지만 나 자신이 통일을 위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어 전략원에서 나왔지 사실 거기에 계속 있었더라면 살아 가는 데는 별 문제없었을 거네.
자녀교육도 한국이 좋네.
탈북민 자녀들은 대학학비를 다 국가가 부담하여 재정적 부담이 없네.
국가에서 임대주택도 제공하고 안전하게 정착할 때까지 정착금도 주네.
자네의 경우 애를 한국 명문대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에 석사과정을 보내도 될 걸세.
자네와 처도 한국에 와서 대학 석사과정을 한번 다녀 보게.
지금 우리 온 가족이 대학을 다니고 있네.
우리 애들은 명문대 학사과정을 다니고 있고 나와 우리 집 사람도 명문대 석사과정을 다니고 있네.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보니 북한에서 대학을 다니던 것과는 완전히 딴 판이네.
우리 집 사람은 한국에 올 때 빵 집을 하나 열고 나와 애들 뒷바라지나 하자고 계획했었네.
그래서 한국에 오자 마자 제빵 학원과 바리스타 학원을 졸업하고 자격증들을 다 땄네.
그런데 빵집은 60대에 가서 열기로 하고 지금은 비정부 통일단체에서 낮에는 통일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대학 석사과정을 다니네.
나는 올해 말이면 2년제 석사과정을 졸업하네.
지금은 석사논문 때문에 머리가 좀 아프네.
그래도 주중에는 강연도 하고 남북대학생들을 모아 놓고 통일교육도 하고 주말에는 공부하려 대학에 나가고 한 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신이 없네.
내가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는 6개월 동안 15만권이상이 팔렸고 6개월째 서점에서 정치 사회 도서 5-6 위선을 달리고 있네.
그만큼 한국에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일세.
자네도 한국에 와 자서전을 하나 쓰면 대박 날걸세.
사실 우리 가족은 주중 저마다 모두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이산가족이나 다름없네.
성길아!
대한민국 헌법에 ‘한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이루어졌다’고 되어 있어.
이 말은 북한 전체 주민들이 다 한국 주민들이라는 뜻이야.
미국 쪽으로 망명 타진을 했더라도 늦지 않았어.
이제라도 이탈리아당국에 당당히 말해.
‘나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공민이다,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가겠다.!’ 하고.
그러면 자네의 앞길을 막지 못할 거네.
민족의 한 구성원이며 북한 외교관이었던 나나 자네에게 있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일세.
자네가 한국으로 온다면 북한에서 신음 받고 있는 우리 동료들과 북한 인민들이 질곡에서 해방될 날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네.
자네가 서울에 오면 더 많은 우리 동료들이 우리 뒤를 따라 서울로 올 것이고 그러면 통일은 저절로 될 걸세.
서울에서 자네를 기다리겠네 !
지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자네에게 이렇게 지루한 긴 편지를 보내서 미안하네. 상봉의 그날을 고대하면서
2019년 1월 5일 서울에서 태영호
5. 글을 마치며
조성길 대사대리가 대한민국에 입국해 있다면 하태경 의원이 저렇게 공개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인사가 대한민국으로 망명했을 경우 혹시나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이 있다면 그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 것 같은 하태경의원은 왜 저렇게 대놓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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