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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20, 강경화 장관 남편은 못말려...

by ◆1 2020. 10. 11.

남편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 지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논란에 벼랑 끝까지 몰렸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위기를 탈출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여권 정치인들과 달리 비교적 이른 사과와 솔직한 태도를 앞세워 위기에 정면 대응한 게 통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를 가리켜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 아니다”라고 발언하며 상당수 국민들의 공감까지 얻어낸 분위기입니다.

 

 

 

 

 

문재인 정부 장수 장관으로서 거취 논란은 일단락 된 셈인데요, 하지만 큰 위기는 지나갔다 해도 그의 남편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외교부가 앞으로 ‘해외여행 자제’ 조치를 연장하고 다른 나라에 K-방역 성과를 홍보할 때마다 남편 사례가 회자되는 상황은 강 장관의 국정 동력에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이일병, 정부 ‘여행 자제’에도 요트 사러 미국行 논란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3일 미국으로 돌연 출국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특히 출국 목적이 서민들은 상상도 못 할 ‘요트 구매’라는 사실에 비판 여론은 더 들끓었습니다.


이 교수는 공항에서 여행 목적을 묻는 KBS 취재진에 “그냥 자유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지적에는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지 않으냐”며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교수의 이번 미국행이 무엇보다 논란이 된 건 그의 배우자가 수장으로 있는 외교부가 3월23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특별여행주의 보는 해외여행 자체를 금지하지 않지만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였는데 이는 여행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 전체 방역을 위한 조치입니다.

특히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지난 2월에도 베트남 호찌민을 관광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베트남은 1월23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래 꾸준히 확진자가 늘고 있는 추세였습니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2월 초 ‘중국 외 지역 내 전파 확인 또는 추정 사례’가 보고된 국가로 싱가포르·한국·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미국·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아랍에미리트 등 12개국을 지목했습니다. 

 

 

 

 

 

정부는 이에 11일 중국과 교류가 많은 싱가포르·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대만 등 6곳에 대해 우선적으로 해외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 교수가 전쟁박물관과 호찌민시 박물관 등을 찾았다고 밝힌 시점은 그 직후인 12일(현지시간) 오전이었습니다.

그는 베트남을 다녀온 이틀 뒤 해외발 감염에 따른 대구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카리브해로 여행을 떠났으며 6월에는 그리스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하필 ‘추석 이동제한’ 시기에... 

 

 

 

 

민주당까지 격앙 이 교수의 행동은 하필 “이번 추석엔 부모님도 뵙지 마라”는 정부의 ‘이동 제한’ 지침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공분을 샀습니다. 예기치 못한 논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 건 야당이나 일반 국민뿐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더불어민주당까지 비판 행렬에 가세했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4일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시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신영대 대변인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사임이 분명하다”며 “코로나19로 명절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민께 국무위원의 배우자로 인해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의혹이 더 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미향 민주당 의원 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습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 날 “코로나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죽어 나가는데 고관대작 가족은 여행에 요트까지 챙기며 ‘욜로’를 즐기는 그들만의 추석, 그들만의 천국”이라며 “국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며 자신들은 이율배반적인 내로남불을 일삼는 문재인 정부의 고급스러운 민낯”이라고 비판했으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남편도 설득하지 못하는 외교부 장관이 해외 인사들과 외교는 어떻게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5일에도 여야는 한 목소리로 강 장관을 비판했습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교수를 향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도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자신의 권리, 삶과 인생을 주장하면서 정부의 권유를 지키지 않는가”라고 질타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 힘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특권과 반칙의 문제가 여기서 대두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강로 남불’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도 비상대책회의에서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수장이 누구냐”며 “이제 하다 하다 방역도 ‘내로남불’, ‘코로 남불’”이라고 분노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상무위원회의에서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극도의 절제와 인내로 코로나 19를 견뎌온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경화 “남편 미루고 미루다 떠나... 송구, 또 송구” 

 

 

 

 

4일 오전까지만 해도 개인사라는 이유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던 강 장관은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흐르자 같은 날 오후 실·국장들과의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처음 입을 뗐습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강 장관은 회의 이후 외교부 청사를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나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이어 “여행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설득도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었고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강 장관은 일단 말을 아끼는 쪽을 택했습니다. 강 장관은 5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면서 평소 이용하던 2층 로비 대신 지하 주차장을 통해 사무실로 이동했는데 이는 취재진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이날 오후 비공개로 전환된 주한 쿠웨이트대사관 방문 때도 기자들과 만나 “조문 시간이 예정돼 있어서 그냥 가겠다”며 관련 언급을 피했고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는 “조문 가는 길이니 자제해 주길 바란다”며 “기회가 있으면 또 말씀드리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이 운영하던 공개 개인 블로그 2개를 지난 갑자기 모두 비공개 또는 폐쇄 처리했습니다.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 아니다”... ‘빵 터진’ 국감장 

 

강 장관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다시 한 번 사죄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는 “국민께서 코로나 19로 해외여행과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가운데 제 남편이 해외 출국을 해 경위를 떠나 매우 송구스럽다”며 “외통위원님들의 많은 질의와 질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에 성실하고 진솔되게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강 장관의 승부수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과의 질답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이 의원이 “남편이 오래전부터 여행을 계획했는데 말렸어야 한 게 아니냐”라고 지적하자 강 장관은 “개인사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뭐하다”면서도 “남편은 내가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순간 국감장에선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고 질문을 던진 이 의원도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예상을 벗어난 솔직한 답변 때문에 나온 반응이었습니다.

강 장관은 외교부가 국내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했던 시기에 국민 불편이 없도록 미국과 여행길을 열어 놓으려고 애를 썼고, 현재 국민 1만 5,000∼1만 6,000명이 여러 이유로 매달 미국에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그렇게 가는 것을 보고 그때 문 열어놓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런 생각도 있었으니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고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위축된 어려운 심리를 가진 상황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송구스럽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재차 사과했습니다.

“우리 집에도 그런 남편 있다” “추미애보다 백번 낫다” 

 

“내 남편을 말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강 장관의 국감 발언은 그를 둘러싼 여론을 단번에 반전시켰습니다. 당장 질의를 한 국감장의 이태규 의원이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보다는 훨씬 낫다”라고 호평했고 정진석 국민의 힘 의원도 “배우자께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신 것 같다”며 “솔직히 이 문제로 강 장관을 코너로 몰고 싶지 않고 측은지심도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외교부 국감이 강 장관 남편 문제로 길게 이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강 장관의 솔직하고 빠른 사과에 해당 문제는 의외로 국감에서 큰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오프라인에서도 “이해한다”는 국민들의 반응이 크게 늘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말릴 수 없는 남편이 있는데 이제 포기했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제는 강 장관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 나이 때 남편들 부인 말 거의 안 듣는다” “주변 유부녀들은 다 공감하더라” 등 부부생활의 어려움에 맞장구치는 아내들의 긍정 반응이 많았습니다. “민주당과 현 정부 인사 중 바로 사과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강 장관의 대응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비교하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강 장관의 경우 법적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도 솔직한 사과로 잡음을 끊었는데, 추 장관 등은 이를 정쟁처럼 대응하면서 오히려 일을 키운 게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 장관 발언 관련 기사를 링크하고 “추미애보다 백번 낫네요. 그냥 사과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강 장관에 대한 교체론도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입니다. 다만 아직도 온·오프라인 상에선 “남편을 말리지 못한다는 말로 그냥 넘어가려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것도 맞습니다. 이 교수가 미국에서 무엇을 할지, 언제 돌아올지, 코로나 19가 과연 진정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강 장관은 당분간 ‘남편 리스크’를 안고 장관직을 수행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