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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케아는 구직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2030 청년들은 외국계 기업인 이케아의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시급으로 임금을 받았지만, 이케아의 보수 수준은 법정 최저시급보다도 몇 천 원 더 높았고 고용 형태도 엄연한 정규직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중년들에게 나이·경력을 보지 않는 이케아의 채용 방식은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고 노동자가 일할 수 없는 날을 정하고 그 이외의 날에만 근무하도록 하는 이케아식 탄력근무제도 가정주부들에게 꼭 맞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이케아 노동자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케아 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개점 초기 이케아 광명점에는 약 800여명의 노동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600명으로 감소했으며 2017년 개점 당시 600여 명이었던 이케아 고양점 노동자 수는 현재 490명으로, 2019년 개점 당시 490여 명이었던 이케아 기흥점의 노동자 수는 현재 36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이케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12월 초 모 매체에서는 이케아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노동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 있는 광명·고양·기흥·동부산 등 이케아 4개 지점 가운데 2개 지점 노동자들의 근무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그 중 2명과는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취재에 응한 이들 모두 '이케아가 노동자들을 기계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목  차

 

1. 이케아,'꿈의 직장'의 반전

2. 이케아, 사라진 피카 타임... 15분 단위로 쪼개진 스케줄

3. 이케아, 고정휴무일 지정 흔들리자 이어진 퇴사... 남은 사람들에게 전가된 일

4. 이케아, 시급은 업계 최고, 연봉은 업계 최저?

5. 글을 맺으며

 


1. 이케아,'꿈의 직장'의 반전

 

노동자들은 입사 당시를 회고하며 북유럽에서 온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취업준비생 신분이었던 한우리(가명)씨는 몇 년 전 비정규직만 넘쳐나던 취업 시장에서 이케아가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들떴습니다. 복지로 유명한 스웨덴 기업인 데다 직원들을 상호 존중하는 수평적인 문화까지 갖추고 있다고 하니 한국 기업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고 영어 실력이나 근무 경력만 갖추면 학력이나 나이 제한 없이 승진할 수 있는 구조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임금이 시급 위주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불만은 없었습니다. 이케아가 제공하겠다고 밝힌 시급이 그가 입사할 당시의 최저임금보다 3000원 높게 책정돼 있었기 때문이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이케아의 '통 큰 결정'을 칭찬하는 기사들도 쏟아졌고 그는 이케아 세일즈(영업)팀에 입사했습니다.

 

 

 


중년의 이주희(가명)씨는 이케아에 취직하던 당시를 잊지 못했습니다. 오랜 시간 가정주부로 살았던 이씨가 취업 전선에서 새 직업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와 짧은 경력이 발목을 잡았는데 이케아는 나이와 경력을 보지 않고 채용했습니다. 게다가 노동자들에게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스웨덴 문화, 피카 타임(fika-time)까지 제공한다고 했습니다. 노동자를 위한 폭넓은 복지 혜택에 이케아는 금세 이 씨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고 이 씨는 파트타임(Part-time) 정규직으로 이케아 푸드팀에 취업했습니다

그런데 이씨는 입사 후 단 한 번도 '피카 타임'을 가져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피카 타임이라는 이름의 별도 휴식 시간이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노동자들에게는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 주어지는 법정 휴게시간이 전부였습니다. 일부 노동자들이 용기 내어 회사에 유급 휴게 시간을 달라고 건의했지만 '법정 휴게시간 내에서 쓰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30분짜리 법정 휴게시간 내에서 피카타임을 갖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하고 있던 업무를 정리하고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모든 과정을 30분 내에 마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이 씨는 휴게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썼습니다. 장갑과 위생복을 벗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데 3분, 배식에 5분, 식사에 15분, 퇴식에 1분, 화장실에 5분, 다시 업무 선상으로 복귀하는 데 1분을 쓴다고 했습니다.

"밥은 거의 마셔요. 칼 같이 30분 휴게 시간을 지켜야 하거든요. 운 좋으면 5분 만에 배식을 받는데 사람이 몰릴 때면 배식에만 10분 이상이 걸려요. 그런 날은 밥을 패스해요. 주변에는 쉴 시간이 없다고 아예 식사를 안 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이케아에서 일하는 9시간 중, 법정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단 1분도 앉아 있을 수 없다고 보시면 돼요."

 

 

 


또 다른 지점 푸드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지환(40대, 가명)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워낙 힘들다 보니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밥은 늘 15분 내로 먹어요. 그래서 위장약 들고 다니는 분들도 많고요. 약을 안 먹으면 바로 체기가 올라오거든요." 

짧게 쪼개진 업무 스케줄도 부담입니다. 이케아 노동자들의 업무는 효율을 위해 15분 단위로 쪼개져 있고 업무도 이에 맞춰 바뀝니다. 15분 동안 뜨거운 수프를 만들다 1시간을 레스토랑 입구에서 방문객 QR코드를 체크하고 다시 45분 동안 음식 창고에서 재료를 나르는 식입니다. 쉴 새 없이 업무가 뒤바뀌다 보니 한 명이 하루 동안 5가지 이상의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복잡한 스케줄을 깜빡하지 않기 위해 손등에 스케줄표를 적어두거나 핸드폰으로 알람을 설정해 둔다고 합니다. 

 

2. 이케아, 사라진 피카타임... 15분 단위로 쪼개진 스케줄

 

노동자들은 근무자 수가 많았던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스케줄 모두 '익숙해져 버틸 만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됐습니다.

 


이 씨로부터 건네받은 자료에 따르면, 퇴사자 증가에 따라 실제 노동자들이 일한 총 노동시간의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2019년 1월의 한 금요일 하루 동안 이 씨가 일하고 있는 지점의 푸드팀에서 근무한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 총합은 100시간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같은 요일의 노동시간은 80시간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퇴사한 노동자의 빈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서 100시간을 들여하던 일을 80시간 만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며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졌습니다. 한 파트당 2~3명이 맡았던 업무는 1~2명 몫이 됐습니다.

"인원이 적은 날은 15분 동안 혼자 두 파트를 맡기도 해요. 회사가 사람이 나가거나 휴가를 가도 인원을 뽑아주질 않거든요. 손님들한테 음식을 떠주는 '서버' 역할이랑 음식을 날라주는 '러너'를 같이 하죠. 워낙 정신이 없어 주방 공간 안에서 뛰어다녀요." 

푸드팀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닙니다. 세일즈팀 노동자 한씨는 "매출은 그대로인데 인력은 줄어들어 노동 강도가 너무 세다"며 "예전에는 직원 10명이 물건을 100개 처리했다면 지금은 2~3명이 일을 나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그는 지난 12월 초 당일 판매 구역 하나를 혼자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방문객들의 문의를 받는 것도, 4000개가 넘는 제품 개수를 체크하는 것도 오롯이 그의 몫이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두 2인 이상이 함께 담당하던 업무였다고 합니다.

 

 

 


인력은 이케아가 탄력근무제 근간인 고정휴무일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서 줄어들었습니다. 한때 한 씨는 회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평일 중 하루, 영어 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관리자로부터 '고정 휴무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노동자 한 명이 고정 휴무일을 정해두면 다른 동료들이 힘들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결국 학원을 그만뒀습니다.

이 씨의 경우엔 사전에 상의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하자, 뒤늦게 자기 계발을 꿈꾸고 고정 휴무일로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했지만 회사는 일손이 부족하다며 이 씨와 상의 없이 고정 휴무일에 근무 스케줄을 집어넣었습니다.

이 씨는 관리자에게 직접 '인원 충원'을 건의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합니다. 그는 "관리자가 '기존 근무자들이 이케아에서 일한 지 오래된 고숙련 노동자라서 사람을 더 뽑지 않아도 된다'는 기적의 논리를 펴더라"며 황당해했습니다. 

최형우(30대, 가명)씨도 "회사가 탄력근무제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많이 나갔다"라며 "물류팀만 해도 부서 인원이 몇 년 전에는 100명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1/3토막 났지만 업무량은 똑같다"고 씁쓸해했습니다. 

 

3. 이케아, 고정휴무일 지정 흔들리자 이어진 퇴사... 남은 사람들에게 전가된 일

 

적은 인력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이상 신호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바닥에 첫 발을 디딜 때마다 발바닥에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는 이케아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보냅니다.

 


세일즈팀 노동자들은 컴퓨터로 주문서를 작성하는 시간만이라도 앉을 수 있도록 각 판매 구역에 의자를 놔달라고 회사에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애초에 앉을 시간이나 있냐'며 제안을 묵살당했다고 했습니다. 사내 노동조합이 꾸려지자 회사는 아픈 사람에 한해 의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일부 관리자는 의자에 앉아 있는 노동자를 향해 '진짜 아픈 게 맞는지 진단서를 떼어오라'며 추궁하기도 했다는 게 노조 측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은 거의 없어요. 보통은 서 있거나 재고 점검을 위해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해야 하거든요. 때론 바닥에 무릎도 꿇고 앉아야 하고요. 그러다 보면 발바닥뿐 아니라 무릎이나 허리, 손목이나 손가락 같은 곳이 아파요. 세일즈팀 노동자들은 특히 족저근막염에 많이 시달려요. 연세 있는 노동자분들 중에는 허리나 손목, 무릎에 보호대를 차신 분들도 많고요."   

푸드팀에서는 화상을 입는 게 예삿일이었다고 합니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대다수는 무릎 관절염이나 손목 건초염을 앓고 있었습니다. 또 손목에 물이 차거나 하지정맥류를 앓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씨는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로부터 받았다며 화상 입은 노동자의 팔 사진 여러 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씨는 "어제도 동료 중 한 명이 화상을 입었다"며 푸드팀은 임금보다 병원비가 더 든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업무 중 부상을 당해 회사에 보고하면 치료비를 회사 보험으로 처리해주고 있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보고 절차가 까다로워 큰 부상이 아니면 자비로 치료를 받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이씨는 "부상을 당하면 팀 리더에게 보고하는 게 원칙이지만 바쁠 때는 보고 시간마저 동료들에 민폐가 돼 참고 일한다"며 "치료비를 받으려면 다치게 된 경위서를 작성하고 부상 당시 함께 있던 동료에게도 서류를 부탁해야 하는 등 번거롭기 때문에 거의 다 자비로 치료받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4. 이케아, 시급은 업계 최고, 연봉은 업계 최저?


이처럼 높은 노동 강도에도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급여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동종업계와 비교했을 때 '업계 최저' 수준입니다. 각종 언론이 이케아의 시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치켜세우고 있는 것과 현실이 크게 다릅니다.

 


물론 이케아가 높은 시급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 지난해 이케아는 경기도 기흥에 새 지점을 낼 당시 노동자들을 채용하면서 9200원의 시급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시간제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시급은 1만 1040원선으로 올라서는데 지난해 최저임금이었던 8350원에 비하면 2690원이 높은 셈입니다.

하지만 이케아는 시급과 주휴수당을 제외한 별도 보너스를 주지 않기 때문에 명절과 연말에 상여금과 성과급을 주는 국내 대형마트에 비해 연봉이 오히려 더 낮습니다.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풀 타임(Full-time) 노동자의 월급을 시급 1만 1040원으로 계산하면 230만 7360원(209시간 기준)으로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2760만 원 정도입니다. 

물론 이케아에 성과급 제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각 지점별로 본사가 정해준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에만 성과급을 지급한다고합니다. 다행히 올해는 매출 목표치를 120% 달성해 성과급을 받았지만 그전까지는 성과급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주 40시간을 일하는 풀 타임 근무자들도 많지 않습니다. 노조 측에 따르면, 풀타임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자 10명 중 3명꼴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케아는 더 이상 '꿈의 기업'이 아닌 '당장 그만두고 싶은 기업'이 됐습니다. 노동자들은 이케아가 어떨 땐 글로벌 기준을, 어떨 땐 국내 동종업계 기준을 들고 와서 말을 바꾸고 있다며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씨는 말합니다.

"제가 30대여서 다른 데로 이직할 수 있는 나이였다면 그만뒀을 것 같아요. 정말 너무 힘들어요. 이 돈 받고 할 일이 아니에요. 남아 있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아 취직이 어렵고, 애들 학원비라도 아쉬우니까 버티는 거지. 이케아는 우리가 나이도 많고 갈 데도 없다는 걸 잘 알아요. 한 번은 같은 팀 동료가 '이렇게 일 못 하겠다'라고 매니저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매니저가 '그럼 다른 일자리 알아보셔야겠네요'라고 말했대요. 노동자들은 꼭 소모품처럼 부리다 버려지는 기분이에요."

 

 

5. 글을 맺으며

 

그 기업의 문화는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식 기업문화를 카피해서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군요.

 

 

국내 이케아 고위직도 국내인력이 많을 텐데 그들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이케아도 국내에서 철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런 썩어빠진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 오래 살아남을 수는 없죠.